일본의 한 사립 의과대학이 입시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기 위해 지난 8년간 여성 수험생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하는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일 도쿄의과대가 2011년부터 의학부 의학과 입학시험에서 여성 수험생의 점수를 낮추는 조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학의 입학시험은 수학, 영어 등이 출제되는 1차 시험(400점 만점)을 치른 뒤 1차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논문·면접시험(100점 만점)을 보는 2차 시험으로 진행된다. 최종 합격자는 1, 2차 시험 점수의 합계로 결정된다.
도쿄의과대 홈페이지 |
이에 따라 올해의 경우 전체 합격자 171명 중 여성은 30명인 17.5%에 불과했다. 성별 합격률은 남성이 8.8%(1596명 응시 141명 합격)로 2.9%인 여성(1018명 중 30명 합격)의 3배를 넘었다. 지난해 일본 전체 의학부의 성별 합격률(입학지원자에 대한 합격자 비율)은 남성 6.6%, 여성 5.9%로 엇비슷하다.
도쿄의과대는 2010년 입시에서 합격자 중 여성이 40%에 다다르자 이런 부정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대학 관계자는 “여성은 대학 졸업 후 결혼과 출산으로 의사직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남성 의사가 대학병원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는 인식이 학내에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 대학의 점수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시대착오적 부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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