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 돈줄 쥐고 교사추천서도 '사실상 폐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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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3.28.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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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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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 포함
표현은 완화됐지만…대학들 "눈 가리고 아웅"


지난달 20일 서울 강동구청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대입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 사진=연합뉴스
대학들에게 2020학년도 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압박해 논란을 빚은 교육부가 또 다른 수시전형 평가요소인 교사추천서도 사실상 폐지를 주문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최근 대학들에 안내한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지원사업) Q&A’ 자료를 보면, 교사추천서 활용시 ‘학생 제출서류 부담 완화 노력 정도’ 지표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대학 측 질문에 교육부는 “평가에 활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서류를 제출받거나 모집단위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부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답변했다.

‘교사추천서 폐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전형요소로 교사추천서를 활용한 대학은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에 활용되는 교사추천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차례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지원사업 개편방향’ 초안의 ‘대입전형 단순화 및 투명성 강화’ 항목에 교사추천서 폐지를 평가지표로 신설했다. 하지만 이달 6일 발표한 ‘지원사업 기본계획’ 확정안에서는 ‘학생 서류 제출 부담완화 노력 정도’ 지표로 대체했다. 대학들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한 발 물러서는 듯했던 교육부가 다시 한 번 교사추천서 폐지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사추천서를 평가자료로 활용할 시 부정적 평가요소로 반영한다”는 당초 표현보다는 완화됐지만 대학들은 별반 다르지 않게 받아들였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학생·학부모 입시 부담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 방향에 맞게 대입제도를 개선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 올해 책정 예산만 559억원에 달한다. 특히 상당수 대학이 이 사업 예산으로 입학사정관을 채용하므로 학종 운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대학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몇 달 새 ‘교사추천서 폐지 방침→대학 반발→해당 지표 대체→교사추천서 활용시 불이익 가능성’으로 교육 당국 입장이 계속 바뀌어서 그렇다.

한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은 “지원사업 Q&A 자료를 받은 지 며칠 만에 교사추천서 관련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예산을 받으려면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권 대학 입학처장도 “에둘러 표현한 문구지만 결국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라는 취지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교사추천서는 대다수 내용이 유사해 신뢰성이 떨어지고 서류를 작성하는 교사들 부담이 가중되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폐지 여론이 일었다. 반면 대학들은 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를 평가할 땐 교사추천서를 중요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을 들어 “대안 없이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대학들은 이르면 내년 입시부터 교육부 방침에 발맞춰 교사추천서를 폐지할 수 있다. 다만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시한인 다음달 말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아 실제로 폐지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주요 대학들은 이미 내부 협의를 통해 2020학년도 입학전형의 윤곽을 잡은 상태로 알려졌다. 각 전공별 협의를 거친 내용이라 입학처 등 관련 부서도 단기간에 교사추천서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수능 최저기준에 이어 교사추천서까지 폐지할 경우 마땅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학종은 학생부에 자기소개서, 면접, 교사추천서, 수능 최저기준을 잣대로 당락을 가린다.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내년 입시부터는 학생부·자소서·면접만으로 평가해야 한다. ‘깜깜이 전형’ 심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이들 전형요소 폐지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교육 당국이 종합적 판단보다는 수험생 부담 완화 측면에 치중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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