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에 일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글 쓰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을 받고 졸업한다고 하였다. 즉 의사소통을 위한 글쓰기가 그들이 배우는 과정이라 하였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글쓰기 교육을 받는다. 특히 하버드 대학의 경우에는 1872년부터 글쓰기 교육에 중점을 두면서 논증적 글쓰기를 가르쳤다. 하버드 졸업생들의 90%는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글 잘 쓰는 기술’이라고 말하면서, 하버드에서 글쓰기를 배운 것이 사회생활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였다.
몇 년 전에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국내 굴지의 대그룹 인사부장으로 일하는 분에게 특강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명문 K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가서 MBA를 취득한 유능한 분이었다. 그분은 기꺼이 우리 반을 방문해 한 시간 남짓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 그분이 해 주었던 조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부장에서 사장이 되고자 한다면 사장 앞에서 1,000번을 발표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지 못하면 사장이 될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했다. 즉 발표를 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할 내용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2016년 5월 말 한 일간지에 서울대가 자연계열 합격자들에게 글쓰기 특강을 실시하기로 하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입학한 학생들이 보고서를 쓰는 것을 어려워할 뿐 아니라 상당수의 학생들은 글쓰기 기초가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정말 잘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글쓰기는 꼭 필요한 능력이고, 청소년 시절에 그 능력을 갖추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청소년 시절에 글 쓰는 능력을 갖춘다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해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보상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독서를 강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독서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라고 강조하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늘 학생들에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꾸준히 훈련을 하라고 강조한다.
무슨 글을 어떻게 쓸지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우선 교과서를 정리해보라고 말한다. 필자는 1학년 수업을 할 때 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시킨다. 생명과학 과목의 특성상 수식이 아니라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많아 학생들이 잘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다. 하지만 교과서를 읽고 정리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니,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출제자의 의도만을 찾아내는 연습을 한 부정적인 결과이리라.
그래도 글 쓰는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에 복습을 하는 과정에서 이 방법을 활용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빈 노트를 준비하여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소위 인출(引出)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주 하다보면 교과의 내용을 자신의 생각대로 정리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일상에서의 ‘감사하는 마음’을 글을 표현해 볼 것을 제안한다. ‘감사’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라는 것이다. 일기 형식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 글로 표현해보자는 것이다.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쓰면 된다.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기회가 된다면 상대에게 잘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처지, 꿈에 대해 감사하는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게 쓸 필요도 없다.
세 번째로는 자신이 정리한 것을 발표해보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좋다. 하지만 혼자서 거울을 보거나 빈 교실에서 발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발표를 하다보면 자신이 정리한 것이 얼마나 잘 정리되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글쓰는 능력이 신장될 뿐 아니라, 논술, 구술면접, 면접을 위한 준비가 되는 것이다.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의 저자 조승우는 자율형사립고에서 내신 4등급이었지만 서울대를 합격한 학생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독서, 신문일기, 토론활동에 매일 한 시간 이상을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토론을 하려면 책을 읽고 정리해야 한다. 즉 글을 잘 써야 토론 준비를 잘할 수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라는 조언을 더 많이 한다. 어떤 형태, 어떤 주제의 글도 좋다.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글을 읽고 글을 써라. 일기 형태도 좋고 감상문 형태도 좋고 독후감 형태도 좋다. 그렇게 쓰는 글은 자신을 논리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논술, 수능, 내신, 구술면접, 그리고 면접에 대한 준비로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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