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수능개편 유예하며 공론화
- 수능비율 확대·한문 절대평가 등
- 국가교육위 3가지 권고안 넘겨
- 정부 방향 제시않고 여론에 맡겨
- 교육계·학부모 혼란 자초 비난
- 교육부, 17일 종합대책안 발표
지난 3일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확정하면서 이제 공이 교육부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과 자체적으로 논의해 온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확보 방안, 수능과목구조 등을 종합해 오는 17일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국가교육회의가 논의한 것들
지난 4월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가교육회의에 넘길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 유예를 발표하면서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서 충분한 숙의·공론화를 거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핵심 공론화 과제에는 ▷수능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간의 적정 비율(선발방법) ▷수시·정시 통합여부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수능 평가방법이 포함됐다. 이외에 ▷학종 공정성 제고 ▷수능과목구조 개편 ▷수능최저학력기준 ▷수능-EBS 연계율 등도 필요한 경우 결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는 산하에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5월 31일 교육부 이송안 중 선발방법, 수능 평가방법,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공론화 범위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교육부에서 정하도록 다시 공을 넘겼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 6월 20일 시나리오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세 가지 안을 바탕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민 49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두 차례에 걸쳐 숙의 토론을 가졌으며, 그 결과 지난 3일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나리오 1이 3.40점을, 수능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 2가 3.27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수능 위주 전형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82.7%였으며, 수능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53.7%로 절반을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7일 ▷수능전형 비율 확대(단, 구체적 수치는 명시하지 않음) ▷수능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전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대학 자율을 담은 최종 권고안을 만들어 교육부에 넘겼다.
■교육부 결정사항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의 이송안 중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공론화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한 항목은 다시 교육부로 돌려보냈다. 그 중 대표적인 항목이 수능 과목구조다. 2022학년도 수능은 2015개정교육 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치르는 것이어서 과목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과목구조 개편 시안을 보면 선택과목의 확대가 두드러진다.
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사회·과학탐구 영역에 국한된 선택 과목을 수학과 국어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현재 수학의 경우 이과생이 주로 치는 가형과 문과생을 위한 나형으로 분리되어있다. 그러나 현재 중3은 문·이과 구분없이 공통수학을 치고, 대신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중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국어역시 모든 학생이 공통 국어를 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또 모든 학생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각각 1과목씩 쳐야한다. 지금은 문과는 사회만, 이과는 과학탐구만 친다.
EBS연계율과 자기소개서 항목 등도 논의 중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제6차 대입 정책 포럼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과제 검토안’을 보면 EBS 연계율은 현재 70%에서 50%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 종합전형 투명성 확보 방안으로는 대필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자기소개서는 분량을 문항당 1000~1500자에서 500~800자로 줄이고, 교사 추천서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으로는 소논문 실적, 부모 정보 등을 삭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안을 모두 종합해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계 반발 불 보듯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번 대입개편 공론화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교육정책은 정부가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맞게 정책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복잡다단한 대입개편안을 공론화해 핵심은 흐려지고 분쟁만 남았다는 것이다. 공론화 결과 역시 상반되는 두가지 안이 무의미한 차이로 1,2위를 차지하면서 방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수능 확대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 반대 방향이어서 교육 현장과 수능 간의 괴리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가 이달 말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교육계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부모와 학생은 공공성보다는 자신이나 자식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에게 대입 제도 개편안을 물어본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은 시나리오 4개를 내놓고 이 중 고르라고 하니 제대로 된 결론이 애시당초 나올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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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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