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우리들의 생각]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학생기자 생각은?

입력 : 
2018-04-26 08:31:33
수정 : 
2018-04-27 11:17:59

글자크기 설정

학종, 주관적 평가로 공정성 문제 끊임없이 제기
교육부의 성급한 학종축소 검토로 혼란 가중
교육부는 지난 1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내놓았습니다. 현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이번 개편안은 대입에서 수능 비중을 늘리고, 학생부 기재 항목을 줄임으로써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학종은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하고 충실한 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잠재력을 평가해 수능 성적이 다소 낮은 학생에게도 진학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상 경력 등 학생부 일부 기재 항목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해 부모나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생부 기재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정부의 학종 축소 개편 방향에 대한 학생기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문주혜 틴매경 기자(천안여상 2학년)
정시전형에 비해 객관성 떨어진다는 비판 많아
사진설명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학생들 개인의 재능과 특기를 살려 적성에 맞는 인재를 뽑고, 사교육 의존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긍정적인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시전형에 비해 객관성이 떨어지며, 주관적인 평가로 인한 공정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학종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가운데 결과에 대한 이유가 점수화되지 않는 정성평가이다. 이 때문에 각각의 대학마다 합격 기준이 불명확하고 모호하다. 국민 대다수가 학종을 학생과 학부모가 합격,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전형으로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자신이 지원한 학교에 본인보다 낮은 등급의 친구가 합격했는데 본인은 떨어져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알 수도 없는 합격의 의미를 두고 갑갑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과 준비를 하기도 벅찬데 독서,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스펙을 쌓느라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준비해야 할 요소는 많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부분은 다양하기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자연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거액의 입시 컨설팅을 받고 탄탄한 스펙을 쌓는 학생들에 반해 노력으로 쟁취할 수 없다는 현실에 경제적 요건이 부족한 학생들은 박탈감을 느낀다.

학종의 긍정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그것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교육부는 당장 급하게 개편안을 낼 것이 아니라 대입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해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각 대학에서도 개방적인 태도로 선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류지현 틴매경 기자(인천국제고 3학년)
커리큘럼 뜯어고치는 들쭉날쭉 입시정책이 문제
사진설명
지난 3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는 지금 입시현장과 가장 연관되어 있으며 무엇이 가장 잘못됐는지 느끼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로 시작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학생부종합전형이 타 학생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지표를 제공해주지 못하며 특목고와 일반고 간 교내 활동의 격차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수능최저 폐지 반대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주장했다. 지난 20일 기준 총 10만4518명의 국민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나 역시 2019학년도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교육부에서 새로이 입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대한민국 전역의 모든 고등학교는 그에 맞춰 커리큘럼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커리큘럼의 빈번한 수정을 야기하는 일관적이지 못한 입시 정책이다. 따라서 현 대한민국의 입시 정책 논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균형'과 '본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텍쥐페리가 지은 '어린왕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가 장미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이유는 장미의 겉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그가 진정으로 장미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만이 그 이유의 전부가 되었다. 균형과 본질은 수시와 정시 전형을 수치적으로 확대·축소하는 것만큼 눈에 보이는 해결책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적인 문제점인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김하은 틴매경 기자(광주여상 3학년)
대학마다 표준화된 '학종'기준 명백히 밝혀야
사진설명
불완전한 수시 제도로 발생하는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시 제도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교육부의 입시 개선안에 따라 인적사항과 수상경력, 자격증,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등 학생부의 주요 내용이 간소화되며 공정성 시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이러한 간소화가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이 계획적인 삶을 강요하고 생활기록부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부풀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고려한다면 학종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대학마다 표준화된 기준을 공통적으로 적용하거나 최소 선발 과정을 명백히 밝힌다면 학생들도 학종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의 주축이 될 학생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사항인 만큼 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교육은 그 나라의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이다. 선진국에 비해 국민의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도가 낮은 만큼 우리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해야 한다. 본래 취지에 맞는 교육제도 실행을 위해 힘써야 한다. 공정한 기준을 위해 교육이 공평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유현 틴매경 기자(용인정보고 2학년)
수능비중 늘린다고 공정한 선발 기회 될지 의문
사진설명
정시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능 최저등급 폐지라는 역설적인 문제가 공존하게 됐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축소하고 수능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학생들에게 공정한 선발의 기회를 열어줄지 의문이 든다. 수능은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주목적을 둔다. 하지만 문제 오류부터 EBS 수능 교재 연계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BS 연계로 인해 일부 문항들은 수능의 취지에 반해 암기력만 있으면 풀 수 있어 일부 학생들은 'EBS 수능 암기 시험'이라 비꼬기도 한다. 지금도 수능 준비는 자연스럽게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교육비에 비례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수능을 과연 '공정한 경쟁'이라고 불러도 될까. 현재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 미래사회에서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능은 기계적인 문제 풀이 능력과 암기력을 요하는 과거 사회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제도다.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백 년 앞은커녕 일 년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우리는 지금 오히려 과거로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잦은 대학 입시 전형의 변경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고 오락가락하는 제도가 아니라 먼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말 교육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본다면 '교육의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김민재 틴매경 기자(환일고 2학년)
학종은 교육혜택 부족한 학생에 기회 될 수 있어
사진설명
학창 시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친구들, 선생님과의 즐거운 추억 쌓기? 학업 성취?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학창 시절은 비성인과 성인의 과도기적 상태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교과 성적만을 올리기 위해 학생이 꿈꾸는 진로와 관련도 없는 공부를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하는 것은 학생에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자신의 꿈을 구체화해야 하는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진로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학력고사, 수능 성적만 반영하는 특차전형 등 시험 성적만으로 대입을 판가름하는 제도는 명문대 입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만을 형성한다. 대입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은 목표가 사라져 방황하고 그동안 입시를 준비했던 것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학종에서는 지원자들의 미래 계획을 보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여기게 된다. 물론 학종이 소위 금수저를 위한 전형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종은 상대적으로 교육 혜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더 넓은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학생의 소질과 적성, 잠재 능력과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확실한 꿈이 있는 흙수저 학생들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학종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제도다. 학종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학생들이 선발된다면 우리나라가 한층 더 밝은 미래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동윤 틴매경 기자(덕정고 2학년)
대입제도 개편에 카오스이론 적용해봤으면…
사진설명
10년 넘게 수시모집 확대 정책을 펴온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천명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자사고·특목고·비평준화 명문고의 학생보다 '일반고라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전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부의 성급한 학종 축소로 인한 국민과 학부모의 시선은 어떠할까? 국민은 일관성이 없는 교육부의 성급한 입시제도 발표에 실망했을 것이며, 학부모들은 학종에 대한 '복잡성'과 '불투명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성급하게 바꾼 입시전형을 비판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교육에 카오스 이론과 양자역학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카오스 이론은 규칙성이 없어 보이는 세상의 각종 현상 및 시스템에 내재하는 인과관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접근 방법이다. 예측불가인 세상의 각종 자연적, 사회적 현상의 무수한 원인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눈에 가려진 놀라운 질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의해 생겨났다. 교육부 또한 성급한 학종 축소 발표에 좀 더 교육에 대한 원인과 질서를 찾는 그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자역학 이전에 사람들은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 간의 분명한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원자, 분자, 입자 등 극도로 미세한 원인 요인들을 인간이 정확히 측정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우주의 근본적인 다양한 현상에 내재한 '질서'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은 인간의 통제권 밖에 존재하는 현상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젠 매년 정권마다 바뀌는 십년소계(十年小計)의 교육개편안이 아닌 지속성 있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양자역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교육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프랑스 바칼로레아처럼.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