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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입, 정시로 유턴…학생들이 임상실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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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치르게 되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을 놓고 각 대학과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혼란은 수시 선발 비율을 낮추고 정시 전형을 확대하는 갑작스러운 교육부 정책에서 촉발됐다. 정시 확대는 수능 비중 강화를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변별력 약화가 뻔한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해 온 것과 상충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수능을 강화하고 다른 쪽에선 약화시키는 정책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 대학 등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수시전형을 줄이겠다는 교육부 취지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기준을 알 수 없고, 대외활동 등 비교과 영역의 비중이 커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 폐해를 줄이고 기존 수능에 내신, 논술 등까지 대비하며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수능 영향력 확대 기조와 상충하고, 수시에서 학생 선발의 변별력으로 꼽혔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는 것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

교육 정책에 대한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능최저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라는 청원 참여는 8만여명을 넘어섰다. '3년 예고제는커녕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하는 교육부를 폐지해 달라'는 요구도 줄을 잇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지역·학교별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지원을 앞세워 일괄적으로 정책을 적용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 정책이 정치 이슈로 비화할 모양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가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다.

교육부가 중요한 대입 정책을 변경하면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중요하다. 섣부른 개입과 단편적 처방은 부작용과 논란만 키울 뿐이다. 졸속 정책은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대학입시 정책의 생명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백 년이 힘들다면 3년 예고제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교육 정책의 폐해는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곧장 영향을 미친다. 학부모·학생의 바람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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