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들은 입시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교육부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진행했다며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수능최저기준 폐지 시 고교내신 경쟁 격화와 논술 사교육 부채질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2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수학능력시험 최저 학력기준을 없애도록 한 교육부 권고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능최저기준 폐지를 권고했다. 수시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시전형에 비해 7대3 정도로 높아진 대입에서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 완화와 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위한 조치다.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학생부 교과(내신)·논술 전형 등 수시에 지원하더라도 수능최저기준을 넘어야 해 수시를 택한 학생들도 정시인 수능을 열심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교육부 권고안이 알려지고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요 대학의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 1등급, 학종은 1∼2등급이 돼야 지원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2등급대 학생도 수능을 잘 봐야 1등급 학생과 겨뤄볼 수 있다. 논술전형도 비슷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수능최저기준이 없어지면 내신이 안 좋은 학생은 학종 등 수시전형 합격이 어려워지고, 그만큼 정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 1학년 과정을 마치고 내신등급을 확 높이기가 쉽지 않은 2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발끈하는 이유이다.
대학가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경인지역대학 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과 잠재력을 보는 것이어서 이미 상당수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학업능력을 중심으로 뽑는 학생부 교과와 논술 전형은 수능을 선발 잣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가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수능최저기준 폐지를 권고한 것을 놓고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권고안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다음달 발표해야 하는 입시전형 요강 작업을 마친 대학들도 있을 것”이라며 “논의도 없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최저기준 폐지의 경우 대학들이 수시전형을 마구 확대해 입시를 왜곡하는 문제를 바로잡고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기조”라며 “대학들도 그런 정부 방침을 잘 아는 데다 권고안인 만큼 자체 사정에 맞게 적용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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