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업중인 신종 사교육
'깜깜이'라는 수식어로 비판받는 학종이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서울 명문대를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면서 컨설팅 업체를 방문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정보 부족과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고액 마케팅을 펼치는 컨설팅 업체도 덩달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중3(예비 고1)을 대상으로 한 학종 컨설팅 업체도 있는가 하면 명문대생에게 대입 관련 컨설팅을 받는 과외까지 등장했다.
컨설팅에 드는 비용은 기간과 제공받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E진로진학컨설팅은 1년 주기로 학생의 학생부 관리, 수시 지원 전략을 짜주고 120만~150만원 수준의 관리비용을 받고 있다.
중3 학생에게 대입에 대한 기초 상담을 제공하는 예비 고1 컨설팅은 건당 30만원,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수준 명문대생의 수시 관련 자기소개서 첨삭 과외는 건당 50만원 수준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에 있는 I학종센터는 고3 수험생에게 학종을 포함한 여섯 가지 수시전형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300만원을 받기도 한다. 대입 컨설팅 비용은 일반 교과과목 사교육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지만 조금이나마 자녀의 대입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마음에 학부모들은 부담스럽지만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종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입 컨설팅 업체를 찾는 것.
최근에는 한 컨설팅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학부모들에게 고소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액 컨설팅료를 받으면서도 대표 경력을 속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해당 학부모들 주장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고1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경미 씨(46)는 "솔직히 컨설팅 업체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이 아이의 대학 입시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남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애만 안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입에서 학생의 학교생활 등 정성평가를 늘림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의 정부 정책이 오히려 신종 사교육만 팽창시키고 있는 셈이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컨설팅 비용이 소위 '있는 집 자식'의 대입 경쟁력만 높여 소득계층 간 교육 격차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학종 컨설팅 업체들이 소위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분당 주변에 집중적으로 생겨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찌 됐든 과거에는 시험 문제를 푸는 주체가 학생 자신이었다"며 "그런데 학종의 등장으로 학부모가 자식의 시험을 대신 봐주는 것이 가능한 구조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재력이나 가정환경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얘기다. 컨설팅 학원 등 신종 사교육의 팽창과 '금수저 학종'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개선한 대책을 오는 8월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대비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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