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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능 대신 서술형 IB…17개 교육청 중 9개가 도입 검토

조성호 기자
입력 : 
2018-04-04 17:52:05
수정 : 
2018-04-10 18: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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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현 초등6학년부터 적용
◆ 서술형 IB 도입 추진 ◆

그간 일선 교육청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온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 도입과 관련해 여당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른바 '생각을 쓰는 시험'이라 알려진 IB가 순조롭게 도입된다면 이르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대학을 입학하는 2025학년도 수능부터 학생들은 IB 교육과정으로 대학을 갈 수 있게 된다.

4일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정책연구소 '더미래연구소'의 대입제도 개편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소는 "IB 프로그램이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선진적 교육과정 및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유력한 대체안"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당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담으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당장 폐지할 수 없는 학종을 둘러싼 내용보다는 'IB 도입'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입시제도를 당장 어떻게 바꾼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렇게 가야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그런점에서 보고서가 고교교육과정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IB 도입을 제시한 것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IB는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입학 프로그램 및 자격시험 제도다. 객관식 시험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과 달리 학생의 생각을 쓰게하는데, 그러면서도 객관성·공정성·신뢰성까지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습과정을 평가하는 입시제도인 학종이 공정성에 대한 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9개 교육청이 IB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가거나 외부 용역으로 IB 관련 연구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달 25~27일 싱가포르 선택시티에서 열린 'IB 글로벌 콘퍼런스 2018'에서 시바 쿠마리(Siva Kumari) IBO 회장이 이석문 제주 교육감·김지철 충남 교육감 등과의 면담에서 "오는 5월 IBO 이사회에서 IB 프로그램 한글화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점은 IB의 한국 도입 가능성을 더욱 높여줬다는 분석이다. 앞서 IB 프로그램의 외국어 번역을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내년 IBO에 인증 신청을 진행하면 2021년께 인증이 완료되고 이르면 2022년부터는 대입을 위한 IB 교육과정을 고등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현 초6 학생부터 IB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IB가 한국어로 정식 번역되면 일본어에 이어 두번째로 외국어 IB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사례가 된다. 일본은 2013년부터 공교육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IB 도입과 관련해서 아직 검토 중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학입시에서 IB 과정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한 차례의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더 좋은 미래'의 '더미래연구소'에서 이를 검토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뿐만 아니라 '더 좋은 미래'는 정당의 논의기구가 아니다"라며 "그렇게 치면 여당에서 검토하지 않는 정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더좋은미래 간사도 "해당 보고서는 더미래연구소에서 정책브리핑 자료를 연구용역해서 내는 것"이라며 "최근에 대입제도 개선 보고서가 나왔고 지금은 그에 대해서 토론하기 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IB는) 대입제도만이 아니라 고교 교육 정상화와 관련된 것이 엮여 있어서 단순히 한다 안한다를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내부토론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더미래연구소는 "본 연구소는 독립 민간 싱크탱크로서 독자적인 연구기관이며 해당 연구 또한 더미래연구소의 독자적 연구결과물"이라며 "해당 보고서 내용은 민주당은 물론 '더 좋은 미래'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교육 과정 및 자격시험 제도다. 객관식 문항 위주인 수능과 달리 학생의 생각을 서술형으로 쓰게 하고 이를 평가하는데, 객관성·공정성·신뢰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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