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조사에서 수학능력시험 선발 인원을 45%로 높이는 안이 가장 많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수능 선발 확대와는 논리적으로 반대 성격을 갖는 수능 절대평가화 방안이 거의 비슷한 점수로 2위를 차지했다. 점수차에 통계적 유의미성은 없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공론 조사만을 근거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해 7일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권고안을 내놓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8월까지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 중에서 하나를 택할 예정이었으나 여권 안팎에서 반발이 일어나자 1년 유예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수능 평가 방법과 정시·수시 통합 여부, 정시와 수시 전형 적정 비율 등 핵심 사안을 국가교육회의 주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결정해야 할 일을 국가교육회의에 발주하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발주하는 재하도급 구조에 대한 비판이 그때 이미 비등했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너무 복잡해 '고등수학'에 비유될 정도인데 이것을 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에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지적이었다.
공론화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참여단 다수가 숙의(熟議) 토론회에 참석해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처음 접했고 그중 상당수는 마지막 설문조사 전까지도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앞서 있었던 신고리원전 3, 4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경우 가동과 중단 중에서 택하면 됐지만 이번에는 경계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4개 시나리오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숙의 절차 진행과 더불어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애당초 공론화 대상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한 주제를 무리하게 끌어온 탓이다. 결국 1년간 추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놓고도 대입개편안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결론을 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수능 선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를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만 더 키운 꼴이 됐다.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상세
사설
[사설] 원점으로 돌아간 대입개편안,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다
- 입력 :
- 2018-08-04 00:02:01
인기뉴스
2024-06-11 16:19 기준
-
1
“저런 미인 처음 봤다”…형사도 인정한 ‘미모의 연쇄살인범’ 소름
2024-06-10 19:42:09
-
2
9년만에 재개발 확정…‘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할 서울 한복판, 어디?
2024-06-10 07:35:23
-
3
“83세 회장님, 새벽 5시에 일어나 휘두르더니”…최고급 테니스장 만든 귀뚜라미
2024-06-11 06:02:37
-
4
41조 수주 ‘잭팟’ 터졌다…단숨에 상한가 날아오른 ‘이 종목’
2024-06-10 15:42:20
-
5
“천조국 진출, 코앞으로 다가왔다”…이르면 하반기 ‘K방산’ 출격한다는데
2024-06-11 06:04:28
-
6
김병만 눈물 “대서특필 된 ‘갯벌 고립 사고’ 사망자 내 어머니였다”
2024-06-09 22:02:54
-
7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유튜버 질문에 여성의 단 한마디
2024-06-10 21:59:06
-
8
배현진 잠실 시구 나오자 “우~” 야유...“기아전 말고 삼성전 나오세요”
2024-06-10 09:14:15
-
9
“최전방 배치된 울아들, 고막 어쩌나”…한반도 ‘확성기 싸움’
2024-06-11 00:00:57
-
10
“육수 왜 더 안 줘?”…우동 가게서 행패부린 진상 커플, 결국
2024-06-10 23:00: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