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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능개편안 연속기고] 미래사회를 위해 수학교육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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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능개편안 연속기고] 미래사회를 위해 수학교육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

2018.07.24 12:03

※ 편집자 주. 정부는 현재 중3 학생이 치를 2022년 수능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수학 시험은 문이과를 통합해 치르고, 과학은 사회와 합쳐 2과목만 골라 응시하는 방식입니다. 과학기술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쉬운 공부에 매달리다 정작 미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년대계 수학·과학 교육에 대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소개합니다.

 

지난 10년간 수학교육은 많은 변화를 겪어 오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는 수학교사들은 그 변화에서 오는 수많은 결과와 변수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수업에 있어 혁신이라 할 수 있는 배움중심수업, 과정중심평가 등을 비롯해 학생부종합전형의 영향으로 현재 수학수업 현장에서도 예전보다는 많이 학생중심수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변화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학생부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유행처럼 지나가는 다양한 교육방법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지만 학생이 중심이 된 수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변화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김범석 저현고등학교 교사
김범석 저현고등학교 교사

하지만 3년마다 바뀌고 학년마다 다르게 편성된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 특별한 교육적 효과를 느끼지 못한 채 수정사항에 대한 전달연수 및 자료보급 등의 불필요한 행정낭비가 일어나고 사교육 시장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으로 인한 혼란에 더해 2022 대입개편안으로 제시된 수능에서의 수학과목 변경은 수학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긴 안목에서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들게 한다. 문·이과 통합을 위한 수능과목 개편이라고 하지만 수학의 경우 문과는 확률과 통계를, 이과는 미적분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한다고 하지만 수능의 영향력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변별력을 위한 난이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각 단체나 개인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에 결국 타협안으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받는 영역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학문의 기초’, ‘교육의 원칙’ 등이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된다. 


특히 수학교육에 있어 그 걱정 중의 하나로 ‘기하’과목이 있다.


미래사회의 수학교육 뿐 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해 기하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고 국내 학계와 해외 학계에서도 많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의 난이도 때문인지, 시험과목 개수를 맞추려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사교육 때문인지 ‘기하’과목이 수능과목에서 배제된다고 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중3, 고1학생들의 교육과정편제를 논의하고 있다. ‘기하’ 과목의 중요성을 알기에 당연히 이공계열 진학 희망 학생들을 위하여 선택과목으로 편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하’ 과목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지 우려도 많은 실정이다. 


수시모집이 70% 이상인 현재 대학입시이지만 일반고에서 수시모집으로 최소한 수도권 내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내신 성적이 못해도 3~4등급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신 성적이 3~4등급 이내가 된다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시모집이 유리 하냐 정시모집이 유리하냐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수시모집을 포기한 학생들은 ‘기하’ 과목 수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교사가 ‘기하는 수학의 매우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꼭 이 수업에 함께 해야 한다’라고 하면 학생들이 입시보다 중요한 기하과목이라고 생각할까? 

 

학원에서는 ‘기하’ 과목이 수능에서 빠졌기 때문에 수능과목인 수1, 미적분, 확률과 통계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학생들은 ‘기하’ 수업시간에 미적분 학원교재를 열심히 풀고 있을 것이다. 또한 변별력이 요구되는 수능에서는 ‘기하’ 영역이 빠진 수1, 미적분, 확률과 통계의 난이도 있는 문제가 계속 출제될 것이고 그렇다면 기존 수능보다 더 쉬워졌다라고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실제 수능 29번에 주로 나오는 공간도형 문제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뭔가 어려운 문제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기하’과목을 교육과정에서 빼면 어떻게 될까? 이 학교는 수시모집을 위해 중요한 과목을 뺐다고 민원에 시달리거나 신입생 지망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다.


이미 고3 교실에서도 겪고 있는 현상인데 ‘기하’ 과목이 빠지면 더 쉬워지고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현재도 기하와 벡터 수업에서 수업에 참여하기를 요구하면 ‘선생님 전 나형인데요?’ 라고 자습하겠다고 하고 배움중심수업을 하면 수능문제 풀기도 바쁜데 협동수업을 왜 하느냐고 민원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또한 수능 준비를 위해 EBS 수능특강을 풀거나 이전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미래사회를 위한 수학교육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 - 사진 GIB 제공
미래사회를 위한 수학교육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 - 사진 GIB 제공

누구의 말처럼 교사의 양심에 따라 2학년에 ‘기하’를 교육과정으로 선택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실제 현장에서는 이상적인 제안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구조적인 문제인 것일 텐데 빼야 쉬워지고 쉬워지면 수학이 주는 나쁜 영향을 제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수학에 흥미 있고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나 이공계열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학교육에 있어 지금의 결정이 전혀 나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대입제도와 수능이 주는 그 영향력을 생각할 때 수능과목을 빼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과정을 평가하지 못하는 수능의 문제점과 같은 제도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순위도 판단하지 않은 채 수능 과목을 줄여 개선해보겠다는 눈에 보여주는 식의 결정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의 방향과 선택이 혹 잘못된 되돌림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교육의 속도는 어른들의 속도가 아니라 발걸음부터 배워가며 수십 년에 걸쳐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가는 아이들의 속도이고 튼튼한 기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기초를 무너뜨리고 반복해서 쌓아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영역별 힘의 논리와 기관의 힘의 논리에 의해 교육과정과 평가가 결정되지 않고 수학의 중요성만큼 초중등교육과정의 중요성을 긴 안목으로 이끌고 갈 때 진정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학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수학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학교육만을 위한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에서 교육부의 일체의 간섭 없이 교육과정과 평가를 제안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아 지속적으로 교육과정과 평가방법을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이고, 협의 과정에 현장 교사들이 소외되지 않고 교사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학교사들 또한 수학교육을 위한 각 계의 노력과 함께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현장의 수학 환경을 조성하고 수학적 모델링을 위한 소재를 찾아 연구하며 새로운 도구와 이론을 학습해야 할 것이고, 이를 현장에 맞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의 결과로 학생들은 스스로 수학적으로 문제 해결하는 힘을 찾아가고 성장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인재로 커나갈 것이다.

 

☞ 과기단체 <2020 수능 바로세우기> 공동서명은 30일까지 온라인(https://moaform.com/q/113kjg)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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