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점으로 돌아간 대입개편안,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8월까지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 중에서 하나를 택할 예정이었으나 여권 안팎에서 반발이 일어나자 1년 유예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수능 평가 방법과 정시·수시 통합 여부, 정시와 수시 전형 적정 비율 등 핵심 사안을 국가교육회의 주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결정해야 할 일을 국가교육회의에 발주하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발주하는 재하도급 구조에 대한 비판이 그때 이미 비등했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너무 복잡해 '고등수학'에 비유될 정도인데 이것을 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에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지적이었다.
공론화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참여단 다수가 숙의(熟議) 토론회에 참석해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처음 접했고 그중 상당수는 마지막 설문조사 전까지도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앞서 있었던 신고리원전 3, 4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경우 가동과 중단 중에서 택하면 됐지만 이번에는 경계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4개 시나리오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숙의 절차 진행과 더불어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애당초 공론화 대상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한 주제를 무리하게 끌어온 탓이다. 결국 1년간 추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놓고도 대입개편안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결론을 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수능 선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를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만 더 키운 꼴이 됐다.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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