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엄마의 수시박람회 체험기

대학저널 | webmaster@dhnews.co.kr | 기사승인 : 2018-08-06 09: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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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향실 학부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 수시박람회가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약 7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번 박람회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대학저널>이 고3 자녀를 둔 이향실 학부모의 수시박람회 체험기를 소개한다.


※학부모의 주관적 입장을 담은 체험기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꼬리를 문 행렬, 입장부터 전투


오전 9시 50분, 입장이 시작됐다. 보안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구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절대 뛰지 말라는 요원들의 당부가 있었다. 그러나 입장한 후부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부스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수시박람회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보안요원의 지시 하에 질서 있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냐는 물음에 이들은 4시 30분쯤이라고 답했다. 7시 30분에 출근하는 티켓 관리 직원보다 3시간 일찍 자리를 지켰다는 뜻이다.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 줄을 찾는 곳과 달리 이곳은 평온하고 조용했다. 한편으로는 폭풍전야의 긴장감마저 돌았다.


번호표와의 전쟁, 2시간의 기다림


학교별 부스에 도착하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 의자에 앉아 차례대로 입시사정관과 면담을 시작하게 된다. 인기 학교는 입장 후 10분이면 오전, 오후 번호표가 모두 마감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가장 큰 이유다. 번호표 방식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었다. 인하대와 세종대는 번호표를 뽑아도 호명했을 때 자리에 없으면 다시 기다려야 했다. 한양대와 홍익대는 번호 스티커를 붙인 수시 자료집을 나눠 주고 몇 시에 와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아주대와 서강대는 자료집을 받을 때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순서대로 문자를 보내줬다. 나의 경우 대기시간이 약 255분라는 문자를 받았다. 2시간 후 다시 문자가 왔으며 부스 앞에서 10분을 더 기다려서야 입학사정관을 만날 수 있었다.


줄 서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번호표를 받는 줄은 점점 더 길어지고, 통행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움직임의 폭이 줄어들었다. 수시박람회다 보니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 관심이 있는 수험생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수능 최저학력점수가 없거나 교과 내신 등급의 변별력이 적은 학교들에 줄이 길었다.


줄 서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었다. 미리 받아 둔 학교별 안내 책자를 들고 다음 줄을 설 학교를 살펴봐야 했다.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부스의 위치도 미리 파악해둬야 했다. 수험생들은 대기하는 동안 학교 전형 과정을 살펴보고 입학사정관에게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쯤이 되자 번호표는 대부분 동 나고,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면담을 시작했다. 수험생이 면담을 하면, 엄마와 아빠는 각각 다음 학교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부스를 돌다보니 학교생활기록부를 들고 상담 요청을 하는 수험생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검토를 해주지 않았다. 한양대는 검토를 해줬는데, 입학사정관이 천천히 검토한 후 자기소개서 작성방향이나 합격 가능성을 알려줬다.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한산한 지방대 부스, 한국사회의 자화상


오후쯤 되자 서울경기권 대학의 면담 예약은 사실상 어려웠다. 지방대학의 경우 입학사정관 뿐 아니라 교수님까지 나와서 상담을 해주는 곳도 있었지만, 상담 신청자가 적어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마감시간인 오후 5시가 다 되어서도 이들 대학의 입시자료들은 상당량 남아 있었다.


우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흔히 '서울상대', '서울법대'라는 말을 쓰곤 한다. 각각 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 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서울경기권 대학들의 인기가 상당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박람회장을 나서는 순간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20여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대학간판만 보고 점수에 맞는 학과에 지원하는 경향은 여전했다.


앞으로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게 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서울에서 먼 대학이라도 좋은 교육과정과 학과를 운영한다면 믿고 입학하는 결심이 필요하다. 대학들 또한 졸업생들이 세상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모두의 노력이 더해지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가 될 것이며, 언젠가는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글·사진 | 이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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