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반발에… ‘김상곤 교육부’ 학습량 감축도 후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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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서 기하·과학Ⅱ 제외 추진… 학계 “국가경쟁력 저하” 반발


수학·과학계가 연일 교육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기하와 과학Ⅱ를 제외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다. 4차 산업혁명 와중에 학력 저하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골자의 비판이다. 교육부가 또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철학도 전략도 없다’란 비판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부는 왜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서 빼려고 했을까.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학습 방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수학·과학 성취 수준은 세계 최고, 흥미도는 최저” “월화수목금금금인 공부 기계” “고교에선 입시 공부, 대학 가선 취업 공부” 한국 학생을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다.

교육부는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지식의 총량은 줄이되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형 수업과 그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새 교육과정을 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다. 고1까지는 문·이과 경계를 허물고 고2부터 진로에 따라 선택형으로 공부하도록 설계했다. 조금 적게 가르치더라도 재미있게 가르쳐보자는 시도다. 암기할 분량이 많으면 토론 수업은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교실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 과정을 평가해야 공교육이 사교육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수능에서 출제하는 과목과 범위를 줄이지 않고 학습량 감축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학은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통합형 공통과목’과 ‘필수선택과목’ 등 2개 과목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나 미적분 중에 고를 수 있다. 기하는 고3 때 주로 배우는 심화과목으로 필요한 학생만 공부하도록 했다. 현재는 이과는 ‘수학 가’ 문과는 ‘수학 나’를 주로 치른다. 과학도 종전 8개 과목에서 과학Ⅰ만 치르고 과학Ⅱ는 제외하는 방안을 내놨다.

교육계는 대학 교수들이 조금 더 가르치면 된다고 본다. 또 고교생이 기하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교육과정을 오독(誤讀)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수능에서 내지 않더라도 고교에서 얼마든지 선택해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에서 내신 성적을 요구하면 된다.

교육과정에 정통한 전직 교육부 간부는 “국가 R&D 예산으로 20조원 가까이 지원받는 이공 분야 사람들이 변변한 노벨상 후보 하나 내지 못하면서 고교에서 덜 가르친다고 국가경쟁력 저하를 말하는 건 뻔뻔하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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