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정시 30%는 너무 많다"… 고1 大入 다시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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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급감해 수시가 정시보다 우수 학생 모집에 유리
입시안 개편 7개월 만에 정시 선발 비중 낮춰달라 요구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것인데, 서울 주요 대학들이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입시안을 결정한 7개월 만에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정시 30% 확대' 결정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려고 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현 정부는 수능에서 '절대평가' 과목을 늘리려 했는데,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절대평가를 확대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한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입시 개편을 1년 미룬 뒤,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8월 2022학년도 최종 입시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을 30% 이상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이 개편안에 따라 전국 198개 대학의 정시 수능 선발 인원이 현행(2020학년도) 6만9291명에서 7만4645명으로 최소 5300여 명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서울대(20.4%), 고려대(16.4%), 경희대(23%), 이화여대(20.6%) 등은 정시 선발을 대폭 늘려야 한다.

◇대학들 "정시 30% 기준 완화해달라"

그런데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 30%' 확대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에서 대학들이 교육부에 "정시 30%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학들은 정시 비율을 산정할 때 총 모집정원에서 재외국민이나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실기 등 수능을 보지 않는 전형은 빼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분모가 줄면 정시 인원을 조금만 늘려도 30%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있다. 예컨대 고려대는 2020학년도 총 모집정원 4084명 가운데 정시 모집인원이 670명(16.4%)이다. 같은 기준으로 2022학년도에 정시 30%를 달성하려면 555명을 더 뽑아야 한다. 하지만 모집정원에서 수능 성적을 안 보는 실기(426명)와 특성화고 재직자(10명) 전형을 빼면, 425명만 더 늘리면 된다. 중앙대 백광진 입학처장은 "(정시 확대가) 대학엔 매우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부에 우리의 합리적 요구를 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학들, 왜 정시 확대 꺼리나

대학들이 정시 확대를 꺼리는 이유는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수시가 정시보다 우수 학생 모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1 학생 수는 46만7000명으로, 작년 고3(57만명)보다 10만3000명 적다. 학생이 줄면 대학들의 모집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요구를 들어주면 정시가 거의 안 늘어난다. 방침을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대학과 교육 당국이 2022학년 입시에 대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일부에선 "교육부가 애초 정시 30% 산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부의 최종 대입 발표 자료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30%의 구체적 기준은 적혀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대학에 선발 비율까지 강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어떻게 뽑고 전형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는 대학 스스로 정할 문제다. 하지만 교육부는 2022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정시 30% 이상 확대'를 따르지 않으면 예산 지원을 줄이겠다고 압박했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무기로 입시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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