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 계획 혼선 가중
  • ▲ 교육부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확대 등을 몇몇 주요대학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부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확대 등을 몇몇 주요대학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 입시와 관련해 교육부가 몇몇 학교에 정시 선발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전체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달 중으로 각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언급하자 혼란이 확산됐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올해 3월께 일부 주요대학에 높은 수시 비율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시 확대 요구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최근 "현장의 다양한 급격한 정시 수능전형 비율 축소로 다양한 상황의 수험생들의 응시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많았다.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올해 4월 말까지 발표되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시급히 이를 정시 수능전형 비율이 낮은 대학에 전달한 것으로, 정책기조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가 권고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몇몇 주요대학은 곧바로 정시 규모를 늘린 계획안을 내놓았다.

    10일 대학별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살펴보니 서강대는 2019학년도 20.2%였던 정시 선발 규모를 30.1%로 확대했고, 연세대는 기존보다 3.6% 늘어난 125명을 더 선발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선발 규모를 축소해 2019학년도(600명)보다 58명 늘린 658명을 2020학년도 정시에서 뽑는다는 입학전형안을 확정했다.

    서울대 등의 경우 정시 선발 인원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관련해 연세대는 2020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에 적용키로 했으며, 서강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 최저기준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대의 경우 내실 있는 평가에 한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유지, 기회균등특별전형에 한해 완화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도별 대입 수시 선발 비율을 살펴보면 2015학년도 65.2%, 2016학년도 67.4%, 2017학년도 70.5%, 2018학년도 70.4%로 매년 증가했다.

    수시 70%, 정시 30% 규모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입 계획을 내놓기 직전 교육부가 성급하게 정시 확대 등을 추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대학 관계자는 "주요대학에 알렸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알렸는지 의문이다. 갑자기 정시 확대를 주문한 것인데, 다른 대학들이 알아서 따라오라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B대학 측은 "의견을 조율하면서 비율 조정이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것이 아닌 일방적인 주문으로 보여진다. 입시안을 결정하기도 전에 교육부가 혼란을 부추기는 것 자체가 대학들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이 올해 3~4월 유웨이닷컴 회원, 고교생 등 5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수시 수능 최저기준 폐지에 대해 68.7%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을 두고 교육부가 정작 수험생, 대학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말 한마디로 대학별 대입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대입 3년 예고제와 달리 내년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에게 가혹한 행위를 하고 있는 거 같다. 대학은 난처하고, 수험생은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올바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