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사교육비 증가? "NO"

2018-03-29 11:00:09 게재

KDI "고소득 가구 늘고, 중·저소득 가구 줄어" … 공교육 내실화가 중요

'자유학기제가 전체 중학생의 사교육비를 증가시켰다'는 학원가 등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교육비 증가설'의 근거로 활용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고소득층은 늘고, 저소득층은 줄어들었다고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KDI가 최근 발간한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학생수 2만7735명)는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사교육 참여율이 15.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는 연간 평균 179만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월 소득이 600만원 미만인 중·저소득 가구(학생수 15만478명)는 사교육 참여율이 2.8%p 떨어졌고, 사교육비는 년 평균 25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2009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2016년까지 중학생 17만8213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중·저소득 가구(월 600만원 이하)의 사교육비 감소는 통계적 유의성이 충분하지 않지만, 표본크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데이터로 해석된다.

학원업계는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 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특징은시험이 없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자녀들이 시험 압박에서 벗어나자 고소득자 가구는 사교육으로 이를 대신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 가정 부모들이 다음 학년(중3)이나 고교진학에 대비, 선행학습 목적으로 학원에 보낸다는 게 자유학기제 시행 교장들과 교육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하지만, 오후 수업에 이루어지는 '주제선택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사교육에 집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과수업 축소'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일선학교와 KDI 입장이다.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년제로 전환한 경기 한 중학교 교장은 "오전 교과보다 오후에 진행하는 예술, 체육, 동아리활동과 진로탐색이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외 수업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와 편견은 자녀 대학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술 체육 동아리활동과 진로탐색 중요 = 자유학기제는 지난 2013년부터 시범 운영 후 2016년부터 전 학교로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한 학기가 아닌, 2학기까지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한다. 전국 중학교 46%인 1400여 곳에서 자유학년제가 운영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학력저하를, 학생들은 부실한 프로그램 운영을 걱정하는 것이다. 시험이 없고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력 양극화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고교선택과 대학입시에 대한 정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고소득과 저소득층 자녀들이 학력 양극화를 겪지 않도록 공교육에서 충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 진로문제를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단순 체험에서 벗어나, 관심이 크고 적성에 맞는 분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중학교 과정에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교육부는 자유학기를 포함한 공교육을 통해 소득 수준의 격차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유의미한 교육경험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유학년제가 공교육 차원에서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조치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자유학기제 특임지원센터) 소장은 "자유학기제는 기존의 교과중심의 암기식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유학기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학생 역량, 수업 혁신, 학교와 지역사회 교육력 변화 등 다각도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자유학기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도 포함된 모든 중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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