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大入 공론화委보다 대학自律이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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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및 졸업자 또는 그에 상응하는 학력을 가진 자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제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학교생활기록부상의 성적을 주로 반영한다. 이 밖에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평가 시험으로 논술시험이 있다. 일부에서는 면접(구술), 전공적성검사, 실기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을 적용하며 입학사정관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1994학년도부터 입시 기간에 따라 모집 단위가 변경됐으며,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을 시행했다. 이후 정부의 ‘본고사 금지’ 정책에 따라 1997학년도부터 현재까지 수능, 학교생활기록부, 논술고사 또는 면접고사, 실기시험 등을 치르고 이를 점수화해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정시와 수시,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의 등급제, 원점수제 그리고 최저기준제, 입학사정관 전형 등 시도해 보지 않은 제도가 없으리만치 파란만장한 입시 제도의 변천사다. 대학 입시가 가져오는 고교 교육에 대한 영향력과 대학 간의 급격한 서열 구조, 학벌 중심 사회 등의 이유로 해서 대학 입시 제도는 모든 학부모의 원성(怨聲) 대상이 됐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뜯어고쳐 대입 제도는 누더기가 돼 버리고 말았다. 대입 제도가 수시로 바뀌면 가장 수지맞는 곳은 입시학원이다.

지난해에 제도 개편을 시도하던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개편 특위와 공론화위원회에 의견 수렴과 대안 마련을 위탁했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 특위가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해 어떤 쟁점을 공론화할지 범위를 정하면 공론화위원회는 그 범위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 참여자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의제를 선정한다. 워크숍을 통해 시나리오가 압축되면 대국민 토론회와 TV 토론회를 거쳐 공론화 최종 단계인 시민참여형 조사를 한다. 19세 이상 선거권이 있는 400명 안팎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대안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는 대입 제도 개편안을 공론화로 결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교육 문제를 최소한의 원칙·방향도 없이 여론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혼란을 부추기고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학 입시가 산으로 가면 고교 교육이 산으로 간다. 특위 위원장도 수능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간 적정 비율을 정해 이를 전국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어렵고 수능·학종 간 적정 비율을 정해도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대입 제도와 전형 요소(기준)는 계급 간 투쟁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선한 관료, 선한 언론, 그리고 객관적인 전문가가 공정하고 타당한 입시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허상일 수 있다. 각 대학이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다르고 지향하는 인재상(像)이 같지 않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대학 입시는 대학이 정하도록 자율권(自律權)을 부여하되 그 책임도 대학이 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수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학생생활기록부가 고등학교 교육 이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우리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창의적으로 살아갈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며, 그 기본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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