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 현행틀 유지될 듯

2018-06-01 11:47:53 게재

교육회의 공론화 대상 결정

혼란 야기 비판 거셀 전망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은 현행 제도와 큰 차이가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교육회의가 수·정시모집 통합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한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쟁점을 공론화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하는 김진경 위원장│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가교육회의 상근위원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가 4월 넘긴 이송안 가운데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간 비율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식(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을 공론화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국가교육회의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교육부 이송안에 포함된 제안을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하다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학이 공정성·신뢰성 논란이 큰 학교생활기록부가 좀 더 중요한 전형요소로 쓸 것이란 학생·학부모의 반발 때문에 실패했다. 이에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이송안에 원점수 제공 등 절대평가 전환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들도 함께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적용 가능성 등에 의문이 제기되며 별도의 전문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했다"며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했다. 필요하다면 교육부가 논의하라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가 학생부-수능전형 적정 비율을 공론화에 포함한 점도 수능이 현행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원점수 제공 등 절대평가 전환의 보완책을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정시모집 적정비율 논의는 결국 변별력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은 교육부가 1997년 도입한 뒤 정책적 의지를 갖고 확대했다. 하지만 신입생 10명 중 8명 가까이 수시모집으로 뽑게 되기까지 학부모·학생의 정시모집 확대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상당수 학생·학부모가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성 문제와 재수 등 재도전 기회 확보를 이유로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수시 쏠림' 현상의 문제점을 인정한 상황이다.

시민참여단 400명이 학생부-수능전형 비율을 결정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2020학년도에 전체 모집인원의 19.9%에 불과한 수능전형의 비중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시민참여단이 수능전형의 하한선을 정할지, 학생부전형의 상한선을 정할지 등은 미지수다.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권역별·학교 형태별로 다른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가 필수 논의 사항으로 정했던 수·정시 통합 여부는 공론화하지 않고 현행 체제 유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모집 시기를 통합하면 수능과 학생부 등 전형 요소를 복잡하게 조합해 활용하는 전형이 생겨 대입전형 단순화라는 정책 기조를 거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형 기간이 줄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전문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일부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공론화 이후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고 수·정시 구분 모집이 유지된다면 현행 대입제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능 절대평가가 무산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절대평가 과정을 거쳐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특히 교육부 안팎에서는 9개월간 아무런 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지게 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면서 학생부 개선 방안, 수능-EBS 연계율, 시험 범위 조정 등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된 모든 세부 사항을 다시 교육부가 결정하도록 되돌려 보냈다. 특히 학종 자기소개서 폐지와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포함 여부는 국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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