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서에 대한 공부’에서 ‘독서’로 바뀌는 초·중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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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일 초·중·고 교과서가 학생참여를 강조한 새 교과서로 바뀐다고 밝혔다. 이달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는 국어책 속 지문 등을 외우는 대신 학기마다 책 한 권을 골라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하게 된다. 또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예시 등을 통해 개념과 원리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새 교과서는 지난해에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됐다. 올해는 초3~4, 중1, 고1을 거쳐 2020년까지는 초·중·고 전 학년에 적용된다. 새 교과서는 쪽수가 이전보다 20%가량 줄어 학습부담이 감소하고,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어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기존에는 ‘읽기’가 아닌 ‘읽기에 대해’, ‘쓰기’가 아닌 ‘쓰기에 대해’ 공부했지만 이번에는 읽기와 쓰기라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타당한 생각이다. 그동안 잘못된 국어교육의 결과는 독서습관의 부재로 드러난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이 기간 중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40%에 달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간 국어혁신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매학기 책 한 권을 읽고 토의하고 발표하면서 독서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통찰력과 창의성, 자기학습력을 기르는 교육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나 영어 등 다른 과목의 교육방식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책만 달달 외워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에게 말 한마디 못한다면 잘된 어학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새 교과서는 내가 사는 마을과 도시 문제는 물론 국제뉴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21세기 후반 기후예측’과 같은 실생활과 연계된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영어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주지하듯이 현재 초·중등 교육은 대학입시에 매몰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여건 아래서 전인교육이나 독립적인 자아가 형성된 주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낼 수는 없다. 새로운 교육이 교육의 정상화로 가는 변화의 바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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