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배경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韓 입시, 이대로 좋은가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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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9   |  발행일 2018-06-09 제16면   |  수정 2018-06-09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팀
40년에 걸친 대학 입시제도 변천사 분석
지역·빈부·부모 학력 따라 당락 결정되는
韓 입시제도와 교육의 총체적 불평등 다뤄
부모 배경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韓 입시, 이대로 좋은가
25장이 넘는 한 학생의 학생부 일부 모습. 이 두꺼운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의 노력뿐 아니라 학교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다산에듀 제공>
부모 배경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韓 입시, 이대로 좋은가
대학입시의 진실//EBS 대학입시의 진실 제작팀 지음/ 다산에듀/ 356쪽/ 1만7천원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는 “지금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면 서울대에 못 갈 것 같다. 입시 전형이 너무 복잡한 데다 집안에 대학 가 본 사람 한 명 없어 정보를 구할 곳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역, 빈부, 부모의 학력에 따라 대입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대한민국 입시의 현주소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대학 입시 제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16년 기준, 강남 3구는 부산 인구의 절반보다 적지만 서울대생을 더 많이 배출했다. 어떤 고등학교를 가느냐에 따라 대학 입시가 좌우된다고 할 만큼 자사고와 특목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 비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지만 자사고와 특목고는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다. 등록금이 크게는 8배나 차이 나고, 창의적 체험 활동비는 무려 11배가 넘는다. 이 차이는 학생부의 두께와 질의 차이로 이어진다.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뭘 못해 준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사교육 입시 컨설팅 업체로 향한다.

국내 최고의 교육기획 다큐멘터리 EBS 다큐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팀은 우리 교육의 난제인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 총체적인 교육 불평등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3만8천명의 교사, 학생, 학부모 설문 조사를 통해 입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40년에 걸친 입시제도 변천사를 분석해 교육 격차와 불평등도 조사했다. 이 방송은 방송 직후 화제를 일으켜 EBS 다시보기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당시의 방송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제작진은 ‘오늘날 대학 입시는 공정한 기회의 관문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에 던진다.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온 국민이 에너지를 끌어모아 모조리 쏟아붓고 있는 시점에 정시든 수시든 상관없이 지역에 따라 빈부,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이 차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1장 ‘학생부의 두 얼굴’에서는 오늘날 입시의 대세가 된 학생부의 실체를 보여준다. 명문대에 진학할 학생 소수를 선발해 100명에게 가야 할 교사의 관심을 오로지 한 명에게 올인하게 하는 현실,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설계해 주는 대로 꾸며진 학생부, 오로지 합격을 위해 학부모, 교사, 교수가 은밀한 거래를 벌이는 현실 앞에서 자신을 ‘버려진 카드’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서글픈 현실을 볼 수 있다.

2장은 ‘복잡성의 함정’은 ‘공부의 신’ 강성태도 고개를 저을 만큼 복잡한 전형 앞에서 정보의 격차가 곧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3장 ‘엄마의 대리 전쟁’에서는 부모의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의 민낯을 보여준다. 4장 ‘교육 불평등 연대기’에서는 학생부 중심의 전형이 확대되면서 가속회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의 현실을 꼬집고, 5장 ‘가짜 인재, 진짜 인재’에서는 ‘입시대리모’와 ‘새끼과외선생’으로 대변되는 과도한 교육이라는 학대 아래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담았다. 6장 ‘대학 입시,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에서는 현 대학 입시 제도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대학 입시의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과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본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공정한 시스템’이다. 균등한 교육 기회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상식인데, 현재 그 상식이 무너졌다면 그 상식의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다.

제작진은 “부모의 격차가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기회가 상식이 되는 사회,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고 말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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