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상담에 300만원'…깜깜이 학종에 고액 컨설팅 활개

입력
수정2018.06.25. 오전 7:01
기사원문
김소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대입에 유리'' 특목고 아닌 일반고 입시 컨설팅도 횡행
- 컨설팅 비용 수십만원씩…300만원 넘는 컨설팅학원도
- "학부모 불안감 조장하는 컨설팅학원 관리감독 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대학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진로·진학상담(컨설팅)을 하는 사교육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사교육 업체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을 악용해 ‘입시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대입에 성공하지 못한다’며 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 고액의 컨설팅료를 받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10시간 진로상담에 300만원…서울에만 40곳 성업

24일 서울시교육청 학원·교습소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에서 진학상담지도 강좌를 연 컨설팅 학원 수는 총 40곳으로 개별 강좌 수는 397개에 이른다. 강남·서초 지역에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다. 이 지역내 컨설팅 학원은 31곳으로 개별 강좌 수는 278개나 된다.

서울 강남 뿐 아니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광주 북구·남구 등 사교육 과열 지구에서도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입·대입을 위한 컨설팅 학원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 3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43)는 “같은 강남구 안에서도 내신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어디인지 알아보러 컨설팅을 받는다”며 “과거에는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컨설팅이 많았는데 요샌 일반고 컨설팅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고교가 암기만 잘하면 내신 성적 잘 받을 수 있는 시험문제를 내는지, 수학이 약하면 어느 고교에 입학해야 하는지 등 다 분석해준다”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혹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고입·대입을 목적으로 학생들의 학생부 관리를 해주는 컨설팅에는 수십만원이 소요된다. 서울 강남·서초 지역 컨설팅학원은 다른 지역보다 학원비가 더 비싸다. 일례로 강남 A학원은 6개월간 총 10시간 동안 일대일 진로 진학 컨설팅료로 300만원을 받는다. 3개월 5시간엔 150만원이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 1484개교 학부모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비용이란 시각이 많다.

사교육 과열지구 중 한 곳인 경기 수원 영통구의 B학원 입시 컨설턴트 임모씨(31)는 “한 달에 한 번 약 2시간가량 학생을 만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기록을 채워야 할지 점검하고 확인한다”며 “특목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 일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에서 특목고 진학을 위한 관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목고 입학을 위해 컨설팅료로만 200만원이상 쓰는 학부모도 있다”고 털어놨다.

◇“컨설팅 받아 합격, 소수에 불과”…불안한 학부모 심리 이용

컨설팅 업체들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깜깜이 학종 탓에 불안감이 커진 부모들이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학종은 각 대학이 신입생을 어떻게 뽑는지 기준이 추상적이고 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3과 재수생 자녀를 둔 경기 용인 수지에 사는 한 학부모 이모씨(48)는 “고교 이과생이 어떤 대학 생명공학과를 전공하고 싶다면, 어떤 과학탐구대회를 나가야 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 독서기록을 관리하고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는지 컨설팅업체에서 알려준다”며 “학생들 4명을 모아오면 1인당 약 100만원 수준에서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서 대학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고, 10명 중 1명이 합격하면 컨설팅학원은 이를 과장해 광고한다”며 “서울 강남·서초 등 사교육과열지구에서 관리받는 시스템에 익숙한 학생들이 컨설팅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는 고액 사교육 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법을 위반한 학원에 대한 행정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뒷짐만 쥐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진학 컨설팅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이를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 몰려 있는 컨설팅 학원이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역마다 분당 교습비 단가가 다르게 정해져 있고, 특히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도 일부 학원에서만 고액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