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자연계 수학·과학 점점 쉬워져.... 이공계 "기초학력 저하" 우려

2021학년도 수능에서 기하가 배제된 데 이어 2022학년에도 수학 과목 상당부분이 문·이과 통합 형태로 출제될 전망이다. 이공계 학생 기초학력 저하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충남대에서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수학을 문·이과 통합 취지에 따라 공통+선택 구조로 재구성하는 안을 공개했다.

앞서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5월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수능과목 구조는 기술·전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교육부로 공을 넘겼다. 이날 공개안은 교육부가 마련한 수능 과목구조 안이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말 대입개편안과 함께 확정한다.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안 핵심은 가/나형으로 분리 출제되는 수학 과목구조를 폐지하고 공통형과 선택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공통과목 출제범위는 수학Ⅰ과 수학Ⅱ,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또는 '미적분'이다.

2021학년도 수학 가형(자연계열)은 수학Ⅰ, 확률과 통계, 미적분이 범위다. 수학 나형(인문사회계열)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다.

2022학년도 수학이 공통+선택으로 나뉘면, 자연계열 희망자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수학Ⅱ가 응시과목으로 추가되지만 미적분과 연관된 것이다. 자연계열 희망자 수험 부담이 줄지만 그만큼 기초학력도 낮아진다.

2021학년도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던 기하는 이번에도 배제됐다. 진교택 KAIST 교수는 “기하는 고등학생에게 공간 개념과 입체적 사고를 통한 논리 체계를 갖추게 하는 유일한 과목”이라면서 “로봇,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의 기초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이공계 학생이 타원, 쌍곡선, 벡터 개념이나 3차원 좌표 표현에 대하여 모르거나 미숙한 채로 대학에 진학하면 기초 학습에 지장을 받는다”면서 “수학 단일형 출제안'은 이과계열 상위 등급 학생 변별력 저하, 고교에서 수능 미출제 과목의 파행적 수업 운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탐구영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탐구영역은 문·이과 통합을 위해 사회 9과목 가운데 1과목, 과학Ⅰ 4과목 중 1과목씩을 선택해 치르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과학Ⅱ(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는 출제에서 제외된다.

대학에서 실제로 배워야 할 과학 기초 지식보다는 수능 유불리 때문에 과학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조차도 전체 중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은 절반이 안 됐다. 고급 수준 과학 과목인 II 과목 응시자는 4.85%, 고도 산업의 바탕이 되는 물리 II, 화학 II는 각각 0.53%, 0.63%에 불과했다.

김진승 한국물리학회 교육위원장은 “대학에 들어와서 정작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선택하는 과목은 화학과 물리학인데, 수능 선택 과목은 압도적으로 생물학(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이 많다”고 꼬집었다.
또한, “문이과 통합취지를 반영한다면, 문과계열에 진학하면서 어려운 수학, 과학 과목을 피해가던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학, 과학 과목을 배워 현대 문명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을 시민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하는 것이 옳다”면서 “여러 분야의 지식이 '융합'되는 추세를 생각하면 보편 교육이 끝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모두 시험 과목에 넣어 모든 학생이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이 2022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안
교육부이 2022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안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