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공론화-분석

'정시 확대·수능 절대평가' 높은 지지…공은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문주영 기자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조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선발인원 비중을 전체의 45%로 높이는 개편안(시나리오 1)과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주요 내용으로 한 개편안(시나리오 2)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4가지 개편안에 대해 시민 490여명을 대상으로 지지도 조사를 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5점 만점의 지지도 조사에서 시나리오 1은 52.5%, 시나리오 2는 48.1%를 얻었다. 공론화위는 “두 시나리오의 지지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시 전형과 수시 전형의 ‘적정 비율’과 관련해서는 정시를 ‘지금보다 20%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82.7%로 가장 많았다. 수시 전형의 큰 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적정 비율로는 ‘30% 미만’이라는 의견이 36.0%, ‘40% 이상’이라는 의견이 35.3%로 비슷했다. 현재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된 학종 대신 수능 성적 위주로만 뽑는 정시가 더 공정한 선발 방법으로 시민단에 평가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능에서 절대평가 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53.7%로 높게 나타난 것은,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과 ‘성적순 줄세우기’에 대한 반발 여론이 팽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발표를 1년 유예한 이후 1년간의 논쟁과 ‘숙의’ 끝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았지만 이번에도 확정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공론화에 참여한 이들은 “정책결정에 시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했으나, 대학입시의 기술적인 측면들을 시민 숙의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계와 미흡함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4개 시나리오 중 어느 1개를 뽑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각각의 안에 대한 시민 선호도를 국가교육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정시확대, 문제는 ‘적정 비율’

시민참여단 선택은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 확대’와 ‘수능 전과목에 대한 절대평가’로 요약된다. 서로 상반되는 듯한 이 두 가지 의제는 정시 전형을 지금보다는 늘리면서도 중장기적으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절대평가 과목을 늘리라는 뜻으로 읽힌다.

[대입개편 공론화-분석] '정시 확대·수능 절대평가' 높은 지지…공은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정시 확대는 일부 학부모들과 사교육기관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 중 하나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대입의 공정성’이다. 수시가 확대되면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 투명성 논란이 불거진 것과 달리, 수능은 점수가 명확히 계량화되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것이다. 교육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학교 수업을 정상화하고 다양한 평가기준에 따라 미래사회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정시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만 ‘공정성 프레임’의 영향력은 크다.

일반대학의 정시 전형 비율은 2019학년 대입의 경우 20.7%, 2020학년도는 19.9%다. 시민참여단 선호도가 높았던 시나리오 1은 정시 전형 선발규모를 45% 이상으로 늘리자는 안이다. 시민들은 이 안을 지지함으로써 지금처럼 정시가 축소되는 것에 확실하게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몇 %로까지 늘릴 것인지, 대학들 자율에 맡겼을 때 과연 어느 정도로 늘어날 지는 확언할 수 없다.

유웨이중앙교육의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당국의 방침이 서면 대학들이 점진적으로 정시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30~35%까지 늘릴 경우 수시 이월 인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고교에서 3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는 “서울대가 수시로 80%를 뽑는데, 그 대부분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정시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며 교육부가 방침을 정해도 대학들에 강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시가 늘면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이 줄어들고 학종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소폭 줄어들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 ‘수능 절대평가’ 범위와 시점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는 교사들과 교육단체들이 계속 제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난 6월 당선된 시도 교육감 17명 중 13명이 일찌감치 절대평가 지지를 선언했다. 상대평가 때문에 벌어지는 지나친 경쟁을 줄이고 문제풀이에 빠진 고교 수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영어와 한국사 두 과목은 이미 절대평가로 평가를 한다.

[대입개편 공론화-분석] '정시 확대·수능 절대평가' 높은 지지…공은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하지만 절대평가로 바꾸면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특히 사교육업계와 상위권 학생·학부모들이 절대평가에 반감이 많다. 대학들이 변별력을 높인다며 면접과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애당초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에 대한 반발 때문에 지난해 입시개편이 유예되고 공론화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정시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엇갈린 두 의제를 정부가 어떻게 하나로 엮을 지가 관건이다. 정시 전형을 늘리는 것은 당장이라도 반영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수능 절대평가화는 단계적으로 준비해 추진할 정책이다. 교육부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훈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이 둘은 (실현하기 어려운) 양극단의 사안은 아니다”며 “시민들의 선택은 공정하고 단순한 대입에 대한 열망과 함께 공교육 역시 정상화돼야 한다는 뜻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지지가 확인됐으니 정부가 이를 추진하고 고교학점제 등 교육공약을 실현시킬 명분을 얻게 됐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 공은 국가교육회의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드는 일은 이제 국가교육회의 내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로 넘아갔다. 특위는 공론화위가 취합·분석한 시민 숙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가 넘긴 의제들, 즉 수시-정시 적정비율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를 결정해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 원한 시나리오 1과 2를 엮어 ‘최선의 조합’을 만드는 숙제를 받아든 것이다.

[대입개편 공론화-분석] '정시 확대·수능 절대평가' 높은 지지…공은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는 6일까지 권고안을 만들고 7일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를 거쳐 교육부에 제출한다. 교육부는 EBS 수능 연계율 등 자체적으로 결정할 다른 사안들과 합쳐 이달 하순 최종적으로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발표한다. 교육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단편적으로 해석해 정시를 늘리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흐름이 끊길 것”이라며 “공론화위가 제시한 결론의 함의를 제대로 읽고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정부여당이 공론화 과정에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번 결과와 관련 없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책임자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에서 “공론화 절차가 절대평가 시나리오에 불리하게 설계됐음에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이번에 숙의 대상이 빠진 미래교육 비전을 반영해 대입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시·정시 균형을 잡고 장기적으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우리 입장과 부합된다”며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후속조치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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