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진로전담교사…학생보다 입시 모르고, 학교선 무슨 일 하는지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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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17.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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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홈페이지 진학진로자료실엔 4년 전 올린 게시물이 전부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진로전담교사의 개별 역량에 따라 단위 학교와 학생들의 진학 성과 및 진로 교육에 격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지난 7, 8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9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대비 상담실'을 운영하는 모습.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에서 진학 성과가 두드러진 학교로 명성이 높은 A 고교의 한 학부모는 지난해 진로진학실을 찾았다가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3학년 문과생 자녀의 진학 상담에서 치과대학을 권한 것이었다. 당면한 입시에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는 교사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교육감 핫라인을 통해 전달됐다. 얼마 후 교육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더 가관이었다. 문과 학생의 치의예과 진학 가능성이 있고, 부족한 과학과목 내신성적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말해주었다는 것. 그러면서 원광대 치의예과는 문과생이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보다 더 모르는 진로전담교사

입시에 대해 학생보다 모르는 사람이 진학 지도를 한다는 소문은 학부모들 사이에 쫙 퍼졌고, 이후 A 고교의 진로진학실은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중학교에만 근무해서 대학입시 지도 경험이 없는 진로전담교사를 어떻게 A고교로 보냈느냐는 불만 토로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인사 원칙에 따라 진로진학 교육에 대한 열정과 역량이 있는 교사를 전보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로전담교사의 역량과 학생들을 대하는 관심에 따라 단위학교의 진학 성과와 학생들의 진로 설정에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상당수 진로전담교사는 열성을 다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쏟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도 적잖다는 게 학교 현장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진로전담교사의 주당 수업시수를 10시간으로 규정해 둔 이유는 나머지 시간을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 관련 상담과 연구, 자기소개서 첨삭 등 실질적 지원에 할애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전담교사의 역할은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었다. 일부 교사의 경우, 진로진학실에서 상담하는 모습은 아예 볼 수 가 없고,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업무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린 진로전담교사에게 학생들은 다가가지 못한다.

◆중학교는 진로전담교사 역할 더 느슨

중학교로 갈수록 진로전담교사의 역할은 더욱 느슨해진다. 고등학교에서 25년을 근무하고 서구 B 중학교로 옮긴 한 교사는 "중학교 진로전담교사가 고입 진학에 대해 모른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이 인문계와 전문계고를 놓고 고민을 하기에 진로 상담을 의뢰했더니 손사래를 치더라는 것.

학생들의 생활 상담은 위클래스에서 맡고, 자유학년제 현장 수업은 대부분 담임과 학년부장이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진로전담교사는 1년에 3, 4건의 행사 업무가 고작인데 굳이 학교에서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수성구 C 중학교 교사도 "담임 업무와 생활지도를 하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 담당 업무를 처리하려니 입에 단내가 날 정도다. 그러다가 우아하게 여유를 즐기는 진로부장을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눈에 띄는 역할도 없이 성과상여금을 나누는 평가에서 부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높은 등급을 요구해 놀랐다"고 했다

한편 취재팀은 15일 각급 학교 홈페이지에 진로진학 정보가 얼마나 소개되어 있는 지를 살폈다. 학부모가 찾아봤다면 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수성구 D 고교의 '진학자료실'에는 총 38건의 게시물이 있었는데, 2015년 대교협 자기소개서 공통양식 업로드가 마지막이었다. '진로자료실' 역시 2014년 11월에 올린 자료가 마지막이었다. 달서구 E 고교 또한 '진학정보' 코너에 2014년 4월의 대입뉴스가 최신 자료였다. 수성구 F 중학교는 진로교육 자료실에 게시물이 하나도 없었다. 동구의 G 중학교는 홈페이지에 진로교육관련 코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달서구 H 고교 홈페이지에는 진로진학 관련 게시 글이 무려 865건이나 올라왔다. 주요 대학별 입시 가이드, 수시 경쟁률 등이 잘 정리돼 있었다. 진로활동 수업자료실도 마련됐고,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진로전담교사의 카페로 연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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