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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유리한 수능 선택 조합은?

중1~중3 대상 2022학년 대입 개편안 뜯어보니…

수능 선택 조합만 800개
등록 2018-09-16 12:16 수정 2020-05-02 19:29

문재인 정부 1기 교육부(김상곤 장관)는 ‘문·이과 통합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전 영역 절대평가’로만 보고 밀어붙이다 지난해 8월 말 국민과 정치권의 반발로 ‘1년 유예’ 카드로 한발 물러섰다. 이어 1년여 동안 다소 생소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이하 2022학년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애초 문·이과 통합으로 대변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추기 위해 대입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문·이과 구분 없이 수능 사회/과학탐구 영역 전 과목에서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외에는 문·이과 통합 취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수능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둠으로써 어떤 선택 방식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하는 혼란을 가중했다. 혹자는 수능 선택 영역 조합 유형이 800가지 이상이라고 분석한다.

생각해볼 부분이 적지 않은데, 정작 개편안 발표 뒤 ‘정시 수능 전형 선발 비율 30% 이상’이라는 점만 부각돼 안타깝다. 추석 연휴를 맞아 일상의 여유를 갖게 된 미래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개편안의 핵심 내용과 향후 전망, 유의점을 살펴보면 좋은 이유다.

2025학년도 대입 개편이 예상되는 탓에, 2022학년도 개편안은 현재 중3부터 중1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2025학년도 개편안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서, 현재 초등학생 학부모도 2022학년도 개편안을 참고할 수 있다. 현재 고1 역시 재수를 한다면 2022학년도 개편안으로 대입을 치러야 한다. 다만 미리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고 ‘참고’로 활용하면 될 듯하다.

1. 정시, 어느 대학에서 얼마큼 늘어날까요?

교육부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의 선발 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재정지원사업) 참여 자격 조건을 ‘수능 전형 선발 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으로 정해, 대학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수시 학생부교과 전형의 선발 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은 수능 전형 비율과 상관없이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대·연대 등 학생부교과 전형을 하지 않는 대학들이 ‘특정 전형 쏠림’을 해소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처로 보이기도 한다.

2020학년도 대입 전형 기준, 정시 수능 전형을 30% 미만으로 선발하면서 수시 학생부교과 전형도 30% 이하로 선발하는 대학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울)·포항공대·한양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숙명여대·아주대·인하대·성신여대·가톨릭대·한동대·단국대(죽전)·경기대·동덕여대·강남대·한국기술교대·대구예대·부산가톨릭대·영산선학대·예원예대·장로회신학대·중앙승가대·총신대·추계예대·한국체대·한림대·한서대 등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은 현재 수시 학생부종합 전형에 해당하는 일부 전형을 학생부교과 전형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연세대 학생부종합(면접형) 전형, 고려대 학교추천Ⅱ 전형이 학생부종합 전형에서 학생부교과 전형으로 변경되고, 정시 수능 전형 선발 비율도 30%에 가깝게 확대될 것 같다. 참고로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수능 전형의 정원 내 선발 비율은 서울대 21.5%(684명), 연세대(서울) 29.2%(1001명), 고려대(서울) 17.4%(662명)다.

2.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완화될까요?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 활용 여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되, 지나치게 적용하면 재정지원사업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 수시 모집에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전년도보다 완화될 전망이다. 가령 2020학년도 기준, 고려대 수시 일반 전형 인문계는 국어·수학(가/나)·영어·사탐/과탐 4개 영역 등급합이 6등급 이내(예를 들어 1+1+2+2)고 한국사는 3등급 이내였는데, 2022학년도부터는 4개 영역 등급의 합이 7등급이나 8등급 이내로 완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3. 문·이과 상관없이 사탐만 2과목, 과탐만 2과목 선택해도 되나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에 ‘공통+선택형 구조’가 도입된다. 또 탐구 영역의 문·이과 구분을 폐지해 학생들이 사탐 9과목(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동아시아사, 정치와 법, 경제, 사회문화)과 과탐 8과목(물리학Ⅰ, 물리학Ⅱ, 화학Ⅰ, 화학Ⅱ,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 중 진로·적성·희망에 따라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사탐에서만 2과목, 과탐에서만 2과목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씩 섞어 선택할 수도 있다. 현행 대입에서는 사탐에서만 최대 2과목, 또는 과탐에서만 최대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애초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진로 선택과목인 수학 ‘기하’와 과탐 물리학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도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된다. 최대 관심사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들이 수능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2020년 4월 대학별로 발표될 예정이라 예단할 수 없다. 다만 과거 영역별 선택과목을 뒀을 때를 미뤄보면 수학과 과탐의 선택과목에 따라 가산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대학 이공계열은 수학 영역 선택과목 중 ‘확률과 통계’에는 가산점을 주지 않지만, ‘미적분’과 ‘기하’에는 가산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과학탐구도 과탐 과목에 가산점을 줄 것 같다. 상위권 대학이나 이공계, 의대 등에서는 사탐보다 과탐에 가산점을 줄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4. 수능 상대평가·절대평가 어떻게 되나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아랍어 등 특정 과목 쏠림으로 논란이 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변경한다. 즉, 국어·수학·탐구 영역은 상대평가제,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제를 실시한다.

5. 소논문 정말 사라질까요?

교육부는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와 항목을 정비하고, 학교 내 정규 교육과정의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부를 기록하도록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적 사항’에서는 학부모 정보를 삭제하고, ‘수상 경력’은 현행대로 쓰되, 대학입시 제공 수상 경력 개수를 학기당 1개, 총 6개까지로 제한해 제공한다.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에 한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동아리명과 간단한 동아리 설명만 한글 30자 이내(공백 포함)로 쓰도록 하고, 소논문(R&E)은 학생부 모든 항목에서 쓰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수상 경력과 자율동아리 기재 개수를 줄이면 수상과 동아리 입회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라는 우려도 크다. ‘소논문’이라고 쓰지는 않더라도 수행평가 발표 사항에 변형된 형태의 소논문 활동이 담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밖에 학교 내 정규 교육과정 교육활동 중심 기록인 ‘청소년단체 활동’에서 학교 밖 청소년단체 활동은 쓰지 않고, 학교 교육 계획에 따른 청소년단체 활동은 ‘청소년단체명’만 쓴다. 또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과도하게 쓰던 특기 사항을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중심으로 쓰도록 간소화한다. ‘봉사활동 실적’은 교사의 관찰이 어려운 봉사활동의 성격을 고려해 특기사항은 삭제하되, 봉사활동 실적은 현행대로 쓴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쓰던 ‘방과후학교 활동’은 학생부에 쓰지 못한다. 한편, 학생부 항목별 기재 분량은 교사들의 기재 부담과 교사 간 기재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항목별 특기사항의 입력 글자 수를 줄인다.

6. 골치 아픈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는?

학생부종합 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형 서류 개선은 물론, 평가 기준과 선발 결과 공개, 대입 정보 격차 해소 지원 등을 추진한다. 전형 서류 중 자기소개서는 문항을 통합하고 글자 수를 줄이는 등 단순화해 학생들의 작성 부담을 줄인다. 또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작성 공동 매뉴얼’도 제공하며, 글자 수를 현행 4개 문항 5천 자에서 3개 문항 3100자로 줄인다. 다만, 글자 수를 줄이면 압축적으로 교육활동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사추천서는 학교생활기록부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필요하지 않다는 현장의 의견을 고려해 폐지한다. 또 학생·학부모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생부종합 전형의 대학별 평가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고, 대입정보포털(www.adiga.kr)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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