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학생에 1년 88개 상장을 몰아주는 학종의 불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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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교내에서 주는 상장을 88개나 받았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한 학생에게 1년 동안 교내상장 79개가 돌아갔다. 이들 학교뿐만 아니다. 경기도의 한 학교는 1년 동안 80개의 상장 중 20개를 한 학생에게 몰아줬고, 울산의 어느 학교는 205개 중 21개를 한 학생에게 수여했다. 이처럼 ‘상장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600여곳에 달한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개한 ‘2017년 고등학교별 교내대회 수상 현황’에 들어있는 사례들이다.

그간 특정학생의 학생부 성적을 높이기 위해 교내 수상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그런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못해 충격적이다. 일선학교의 ‘상장 몰아주기’는 대학 입시,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유리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다.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전형이다. 내신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자격증, 독서, 체험활동, 행동발달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학종은 입시 위주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과정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전인교육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교사에 따라 학생 평가가 달라지고 대학별 전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의 비교과활동에 대한 부담, 교사들의 업무 과중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학교교육 정상화와 교육개혁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제도이다. 지난 4월 실시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시민참여단 조사에서도 학종의 확대와 축소에 대한 의견이 비등할 정도로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지 않았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방안’에는 수상경력 개수 축소, 소논문 기재 금지, 학생부 엄정 관리 등 학생부 기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들어있다.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특히 상장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수상 가이드라인 제정은 시급하다. 학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의 인식 전환과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학교와 교사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학생을 지도하고 학생부 기재를 해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조치가 선행될 때 학종은 명실상부한 입시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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