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듯 ‘학생부’ 봐야 면접 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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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8.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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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수시 꽉 잡는 면접 대비법

10월 초부터 수시 1차 합격 발표
본격적인 면접 준비 시작해야
‘블라인드 방식’ 대폭 늘어나
교복 착용 금지 등 확인해봐야
면접의 기본은 ‘학생부 외우기’
고교 3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고
‘셀카’ 찍으며 자세·태도 확인해봐
지난 2017년 11월24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동성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대학 수시 입학전형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포항/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학생부는 꽤 괜찮아요. 그런데 우리 애가 말주변이 통 없어서….”

“서류는 다행히 합격했어요. 면접 준비 중인데, 시사·상식에 유독 어두운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다. 지난 10월 초 2019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1차 합격자 발표 뒤 찾아온 면접 시즌. 합격 관문을 향한 마지막 단계인 면접 준비에 마음이 급한 수험생과 부모들이 많다.

“교복 입지 마세요” 블라인드 면접 본격 도입

특히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블라인드 면접’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눈길을 끈다. 블라인드 면접은 학생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 개입할 부분을 가린 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늘어났다. 면접 중간에 자신이 재학 중인 고교 이름, 수험 번호, 본인 이름도 말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교육부가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 입학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블라인드 면접이다.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 상당수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단계의 하나로 면접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면접 때 교복 착용 금지, 부모 직업 기재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평가 지표를 새로 만들었다. 면접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원자 개인정보(수험번호, 이름, 고교명 등)를 삭제한 것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고3 학부모는 “알게 모르게 ‘강남 사는 학생들’이나 부모 직업이 좋은 아이들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아이가 진짜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고 전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면접의 ‘기본 스킬’만 제대로 익히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등학교 교사(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부장)는 “수시 면접의 합격 열쇠는 출신 학교나 명문 고교의 교복, 값비싼 면접 대비 학원에 있지 않다”며 “면접장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토대로 논리적인 답변 만드는 법 등을 알아두면 최종 합격의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2학기, ‘붕 뜬’ 시간에 집중하라

대입 전형에서는 학생부 내신 성적이 고교 3학년 1학기까지만 들어간다. 때문에 3학년 2학기에는 교사들이 “수업 진행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대입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학기인 만큼 아이들의 집중도가 부쩍 떨어지는 탓이다.

이재하 대전 중일고등학교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는 “수시 1차 합격자 발표에 들뜬 학생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라며 “3학년 2학기에 ‘붕 뜬’ 시간들이 많을 것이다. 최종합격의 기쁨은 나중으로 미루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의 경우 일반전형 면접·구술고사에서 3학년 2학기에 다룬 ‘화학’과 ‘생명과학’ 제시문이 출제됐습니다. 단순 암기 수준으로는 말할 수 없는, 면접관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이 던져진 것이지요. 2학기 고교 생활이 끝날 때까지 교과서를 놓지 않은 학생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부·자소서 펼쳐놓고 ‘면접 마인드맵’ 만들자

대입에서 수험생들이 경험하게 되는 면접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다. 모든 면접에서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인성면접을 비롯해 (교과)심층면접으로는 학업 역량을 평가한다. 의과대학에서 주로 실시하는 다중면접이 있고, 학종 전형에서 진행하는 ‘제출서류 기반 면접’이 있다.

특히 학종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 제출 서류만 제대로 준비해도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접관들은 서류에 적힌 사실을 집요하게 확인하고 비교과활동의 동기와 과정, 학업계획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교육컨설팅기관 ‘성장과 이음’의 ‘다림’ 컨설턴트는 “고교 3년 동안 자신의 학생부에 어떤 내용들이 적혔는지 보고 또 봐야 한다. 수상경력이 많은 학생은 면접관이 관련 질문을 던지면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며 “본인의 자소서와 생활기록부를 하루 2∼3회씩 반복해서 읽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전남교육청에서 발간한 대학 입시 가이드북에 면접 전략, 주요 이슈, 예상 문제, 출제 경향 등이 150쪽 분량으로 나와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자료집 하나는 반드시 정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흘 정도 시간을 투자해 자신만의 ‘면접 대비 마인드맵’을 만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커다란 전지를 한 장 사서 고1~고3 등 세 개의 항목을 그려 넣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이재하 교사는 “자신의 3년치 학생부와 자소서를 참고하면서 전공적합성, 출결사항, 수상경력, 자격증과 인증취득, 인생관 및 향후 포부를 가지치기하듯 적어보면 좋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고교 생활이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면접 지도’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 교사는 “면접은 아이들의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전형이다. 면접 대비 마인드맵을 만들어보면 스스로 예상 질문도 뽑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의외로 상위권 학생들이 자기 학생부 내용을 꼼꼼히 안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을 잡아 포트폴리오 만들 듯 자신의 고교 생활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요.”

“동아리 왜 바꿨나?” 돌발 질문에도 대비하자

‘자신의 롤모델은 누구이며 그 이유에 대해 답하시오’(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 ‘학교 폭력 상황을 목격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 것인가?’(중앙대 다빈치 인재전형) 등 수험생의 가치관과 인생관, 롤모델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나온다. 대부분의 대학 누리집에 면접 기출 문제가 올라와 있고, 자신이 지원하지 않는 대학의 질문들도 내려받아 답변을 준비해보면 도움이 된다.

시사 및 사회 이슈에 대한 질문도 ‘면접 단골 메뉴’다. 특히 입시 공부에 치여 그동안 신문이나 뉴스 등을 제대로 톺아보지 못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에 면접 대비 학원에 등록하거나 시사·상식 관련 고액 과외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찾아보면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신문활용 교육매체인 <아하!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을 방문하면 최신 사회 이슈가 잘 정리돼 있다.

면접관들은 고교 학생부에서 수험생의 ‘장래 희망’이 중간에 바뀐 경우나 성적이 갑자기 낮아진 이유, 동아리를 자주 바꾼 이유 등을 묻기도 한다. 이른바 ‘돌직구’ 질문들이다. 김혜남 교사는 “면접은 ‘꾸밈없음의 전쟁터’다.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왜 이 전공에 지원했나?’ 등 진로 선택의 이유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대학 입학 뒤 학업 계획과도 연관됩니다. ‘수학 좋아한다고 했는데, 적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질문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어요.”

‘셀카’로 자세와 태도 꼭 체크해야

휴대폰을 이용해 집이나 교실에서 ‘면접 셀프 영상’을 찍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림 교육컨설턴트는 “면접에서는 몸짓(제스처)과 눈빛 등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하다. 특히 학생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이 제스처”라며 “다리를 떨거나 자신도 모르게 심하게 어깨가 굽는 학생들,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 경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등의 태도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접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의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간혹 너무 떨리는 마음에 알면서도 실수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면접 셀프 영상을 수차례 찍어본 뒤 선생님이나 가족들과 함께 보고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꼭 받으세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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